(연재) 아프리카의 가능성: 2) Tradition(전통)을 Contemporary Art(현대 미술)로 발전시킨 남아공 예술가 Esther Mahlangu

아프리카 부족마다 갖고 있는 생활 양식에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볼 수 있다. 정체성은 고유의 전통 예술을 통해 비춰진다. 현대 미술로 번역 되는 Contemporary Art(현대 미술)와 Traditional Art (전통 예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선조들의 전통적인 기술 및 생활 양식이 세대를 넘어 현재까지 유지 될 때 현대 미술로 인정 받을 수 없는가? 서구 중심의 미술만이 진보하고 인정 받는 것인가?때때로 관광객들의 기념품으로 취급 받기도 하는 전통 예술품은 현대 미술이라는 단어 속 ‘고급의 미’가 부족한가? 알려진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 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해 대답은 남아공 예술가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남아공 Ndebel(은데벨레) 부족 출신의 Esther Mahlangu(에스더 마흐랑구)이다. 그녀는 은데벨레 여성들의 전통인 추상적이며 기하학적 디자인과 페인트 기법을 현대화하였다.

잠시 아래 세 명의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보자. 모두 추상학적 기하학 현대 예술의 범주에 속한 작품들이다.

 (Sol Lewitt의 작품) 

 (Damien Hirst의 작품)

 (Esther Mahlangu의 작품)

첫 두 작품은 현대 예술계의 유명인사인 Sol LeWitt과 Damien Hirt의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은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남아공 은데벨레족 출신의 현대 미술 아티스트 에스더 마흐랑구의 작품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현대 미술 작품으로서 서구의 갤러리 및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미술 수집가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도 미국의 팝아트 선구자로 불리는 현대 미술의 대표적 아이콘으로 Andy Warhol(앤디 워홀)을 떠올릴 수 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 중 BMW Art Car를 기억하는가? Esther Mahlandgu는 BMW Art Car Collection의 11번째 아티스트로 1991년 BMW 525i model을 대상으로 작업하였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흑인으로서 BMW Art Car를 디자인한 첫 아티스트이었다. (참고로 BMW Art Car Collection은 1975년 시작되었고 앤디 워홀은 1979년 5번째 아티스트로 뽑혔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부족의 전통으로 전해진 예술과 현대 자동차 기술과의 결합에 대해 아래와 같이 묘사하였다.

“My art has evolved from the tribal tradition of decorating our homes… The patterns I have used on the BMW marry tradition to essence of BMW.”

25년 뒤 BMW와 두번째 art collaboration을 진행하였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Frieze Fair 경매에 부쳐질 BMW 7시리즈 내부의 wood Interior (나무 소재의 실내 내장)을 그녀만의 특유의 선명하고 밝은 패턴으로 장식하였다

04-bmw-art-car-1979-m1-group-4-warhol-01_1024x768 (Any Warhol의 BMW Art Car, BMW M1, 1979)
 (Esther Mahlangu BMW Art Car, BMW 525I, 1991)
bmw-individual-7-series-by-esther-mahlangu-16-750x500 bmw-individual-7-series-by-esther-mahlangu-18-750x562 (BMW Individual 7 Series by Esther Mahlangu)

<Tribes in South Africa and Ndebele Tribe>

남아공 인구는 약 5,400만 명으로 이 중 80%가 흑인이다. 하지만 이들도 세부적으로는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보유한 부족 집단으로 나뉜다. Esther Mahlangu는 남아공 내 전통 부족들 중 Ndebele(은데벨레) 부족 출신이다. 그녀의 출신인 은데벨레 부족과 함께 전체적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내 타 전통 부족들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남아공에는 대표적으로 Zulu(줄루), Xhosa(호사), Ndebele(은데벨레), Sotho(소토) 부족이 있다.

Zulu 부족은 현재 콩고 지역의 부족장의 후손들로 알려져 있으며 Zulu 의미는 낙원의 백성이란 뜻을 갖고 있다. Zulu 부족 출신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과거 집권 여당 ANC(Africa National Congress)의장이자 현 대통령인 Jacob Zuma이다. Xhosa족은 Zulu족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Xhosa족 출신이다. Sotho족은 남아공 국경 안에 위치해 있는 Lesotho 국가명에서 유사함을 볼 수 있듯, 지리적으로 Lesotho 인근 지역에 거주 하고 있다.

(Zulu족)

(Xhosa족 여성)

(Ndebele족)

Ndebele(은데벨레)족은 화려한 색상의 전통 의상과 집 외벽 장식으로 인해 유명하다. 그들만의 패턴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남다른 예술적 감각과 색채감으로 남아공의 피카소로 불리기도 한다.

<Ndebele and Mural Paint>

에스더 마흐랑구는 아홉명의 자녀 중 첫째로 1935년에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도 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대로 가정주부로서 가족을 보살피며 대부분의 시간을 벽화 그림과 구슬세공으로 시간을 보냈다. 과거부터 은데벨레족 여성들은 특히 건기인 겨울에 집 외벽을 벽화 그림으로 장식하였다. (여름인 우기 기간에는 자연 색소들이 씻겨 지워지기 때문이다.) 적토, 흑토, 황토, 석회암 등 자연에서 얻은 색소와 새의 깃털 및 손가락을 이용하여 특유의 패턴을 그려가며 외벽을 꾸몄다. 소의 배설물은 결착제로서 색소가 외벽에 결착되는 역할로 사용되었다. 일부다처제인 은데벨레족 특성상 여성들은 개개인의 디자인과 색상을 통해 자신만의 기술과 창의력을 경쟁하였다. 10살이 되자 그녀의 어머니와 조모가 벽화 그림을 가르쳐주었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벽화 그림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외벽 장식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었다. 벽화 그림에는 전통적으로 집안의 특정 행사 또는 의미 있는 일들을 외부에 표현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은데벨레족에게 가옥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었다. 거주하는 가족 구성원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매개체 역할이 되었다.

그리고 그 벽화 그림이 에스더 마흐랑구를 은데벨레 부족 여성에서 현대 예술가로서 재탄생 되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녀에게 집은 그 자체의 거주 기능 보다 더 큰 의미가 포함된 공간이다.

<A Road To Canvas From Wall Paint>

1980년 후반까지만 해도 세계의 예술 산업은 유럽과 북미의 아티스트만을 조명하는 서구 중심으로 움직였다. 1989년 파리 퐁피두 센터의 관장이었던 장 위베르 마르탱 (Jean-Hubert Martin)은 기존의 서구 중심의 현대 미술 흐름에서 벗어나는 차원으로 ‘대지의 마법사’ (Magiciens de la Terre)의 전시를 기획하였다. 전시에서는 50명의 비서구 출신 미술가의 작품과 50명의 서구 출신 미술가의 작품이 동일한 비중으로 전시 되었다. 전시 준비를 위해 1986년 다섯 대륙에서 50명의 비서구 출신 미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퐁피두 센터의 연구원들이 아프리카 대륙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했다. 당시 에스더의 거주지를 지나던 연구원들의 그녀의 외벽에 그려진 그림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후 몇 개월 후 그녀는 100인명의 대지의 마법사 중 1인으로 뽑혀 프랑스로 초대 받았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50세였다. 반세기를 은데벨레족의 평범한 주부가 현대 미술가로 재탄생하는 계기였다.

참고로 당시 남아공에서는 백인 정권 아래 유색인에 대한 고립 정책을 포함된 인종차별 정책이 진행되었던 시기이었다. 고립 정책이란 유색인 분류에 속하는 흑인, 아시안 및 인도인들을 백인들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살게 하는 정책이었다. 은데벨레족들도 특정 지역에 고립되어 거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만의 외벽 그림을 한 곳에 볼 수 있는 모습이 남아공의 찾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코스로 포함 되었고 이로 인해 퐁피두 센터 연구원들이 에스더의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인종차별주의 정책을 펼친 백인 정부가 의도치 않게 에스더를 세계의 주목을 받게 도와 준 것이었다. 또한 당시 유색인이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매우 제한 되어 있던 시기였지만 퐁피두 센터의 초대로 프랑스를 방문 할 수 있었다. 남아공의 아픈 민주주의 역사의 배경을 고려해볼 때 매우 의미 있는 사례이다.

그녀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를 방문했을 시 그녀의 집과 동일한 크기의 설치물이 준비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였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눈을 비볐다. 그녀는 항상 작업하던 스타일대로 설치물의 외벽을 그녀만의 두터운 패턴과 화려하고 강한 색상으로 꾸몄다. 전시를 통해 그녀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며 현대 미술가로서 소개 되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통해 은데벨레의 전통 생활 양식이 현대 미술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부족 사회에서 발견된 아프리카 예술에 대한 평가 대상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국한 되었다. 하지만 에스더 마흐랑구는 본인의 작업을 통해 개별적인 현대 예술가로서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동시에 은데벨레 부족을 대표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Esther Mahlangu 집 입구) 

(퐁피두 센터에 전시된 설치물)

(the artist’s fondest memories of her visit to Paris in 1989)

<Distinct Styles of Esther Mahlangu>

그녀의 작업 (은데벨레족의 작업)에서는 몇가지의 분명한 디자인 방식이 나타난다. 두터운 색상 처리와 기하학적 패턴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하학적인 구조와 대칭이 추상적인 작품에 녹아져 있다. 패턴 속 리듬과 대칭의 조화도 볼 수 있다. 특히 에스더 작품의 특징이 되는 기하학 구조는 면도날 (Razor Blade)이다. 면도날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할례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이다. 그녀의 작품에서는 매력적인 두터운 라인과 화려한 색상을 안은 기하학 구조로서 표출된다. 면도날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180도를 돌리더라도 기존 그림과 동일하게 모습을 볼 수 있다.

(면도날 형식의 디자인 중심을 기준으로 180도를 돌려도 원본과 같다)

최근에는 전통 양식에서 벗어나 관광객들 상대로 작품이 만들어지면서 자동차, 사람, 동뭉, 비행기 등 구상적인 물체들이 작품에 포함 되기도 한다.

<Open for New Possibilities>

에스더 마흐랑구는 그녀의 작품을 보기 위해 남아공까지 올 수 없는 애호가들을 위해 캔바스로 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녀는 캔바스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 등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그녀의 전시가 개최 되었다. 캔버스 (Canvas)에서 벗어나 스케이트 보드 (Skate Deck)과 마넹킹에도 작업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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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상업적으로 많은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해오고 있다. 앞서 보인 BMW Art Car는 대표적인 Collaboration (협업) 예이다. 이와 함께 브라질과 스위스 신발 기업인 Melissa와 Eytys와 디자인 협업을 진행하며 패션 측면의 상업적 가능성도 인정 받고 있다. Eytys와 함께 협업한 신발(Sneaker)은 2015년 파리 패션위크(Fashion Week) 때 선보였다. 영국 항공 기업인 British Airline과 이태리 자동차 기업인 Fiat과도 작업을 함께 하였다. 최근에는 폴란드산 프리미엄 보드카인 벨베데어(Belvedere)의 병 디자인 작업을 하였다. 미국 가수 존 레전드 (John Legend)도 함께 동참한 이 협업은 아프리카 내 에이즈(AIDS) 퇴치를 위한 Red Campaign (가수 U2의 보컬 Bono가 창설한 에이즈 퇴치을 위한 자선 모금 운동) 아래 제작 되었고 판매 수익의 50%는 에이즈 퇴치 Global Fund기금으로 사용 된다고 한다

mahlangu01a1 %eb%8b%a4%ec%9a%b4%eb%a1%9c%eb%93%9c(Melissa X Esther Mahlangu)

shoes esther(Eytys X Esther Mahlangu)

af(British Airways X Esther Mahlangu)the-chronicles-of-ndebele-artist-esther-mahlangu3 (Fiat X Esther Mahl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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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legend-esther-mahlangu-belvedere-red (Belvedere x Esther Mahlangu x Red Campaign)

남아공 음프말랑가 (Mpumalanga) 지역 내 에스더 마흐랑구가 거주하는 Mabhoko 지역으로 들어서면 도로 위에 세워진 “Esther is Here” 이란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전시 활동을 위한 해외 체류 이외에는 현재 그녀는 유명해지기 전 부터 살아온 마을에 거주 하고 있다. 많은 은데벨레족의 젊은 세대들이 도심으로 떠나기에 그들만의 전통인 구슬공예와 그림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전통 보존을 위해 대부분 시간을 후학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그녀의 집을 가보면 거실이 곧 전시관과 같아 보인다고 한다. 그녀에게 예술 활동과 삶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마치 그녀가 세상이 주목을 받기 전인 50세까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80세가 넘었지만 지금도 작품 활동에 열정이 넘친다. 그녀의 작품 전시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 날이 고대해 본다. 아니면 그녀가 거주하는 마을을 방문하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 참고 자료

  • https://www.bmwartcarcollection.com/
  • http://www.bmwblog.com/2016/09/05/bmw-individual-7-series-esther-mahlangu/
  • http://www.vgallery.co.za/estherpress/emcat.pdf
  • htm http://34fineart.com/Esther_Catalogue.pdf
  • http://34fineart.com/press/esther80/indx.htm
  • http://www.ditoday.com/articles/articles_view.html?idno=18339
  • http://www.bmwblog.com/2016/09/05/bmw-individual-7-series-esther-mahl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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