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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하루에 2번 신호등이 꺼지는 이유

남아공에 방문할 때면 도착지는 ‘조벅’이라 불리는 요하네스버그이다. (사실 요하네스버그가 소위 경제도시라고 불리우듯 남아공 비즈니스 중심지이기에 다른 곳은 갈 일이 드물다.) 신 도시인 Santon에 위치한 호텔을 주로 이용하는데 지난 6월 방문 때는 Mandela Square인근의 Garden Court Hotel Santon에서 머물었다. Santon은 범죄 발생율이 높아 위험한 조벅 다운타운에 비해 그나마 안전하기에 외국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호텔 옵션도 많고 현지 기업들의 빌딩도 많이 입주해 있어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체증이 특히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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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Court Hotel 방 안에서 본 Santon 풍경>

지난 6월 방문이 남아공 5번째 방문이었는데 그 전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남아공 정전상황 (대서양 건너 뉴욕타임즈에서 쓴 기사)을 겪게 되었다. 먼저 호텔로 픽업을 오는 기사가 도착 예정 시간 보다 30분 늦게 도착했는데 그 이유가 오는 길에 있는 사거리 신호등이 정전으로 꺼져 지연이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방문했던 파트너사 업체 사무실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엔진 작동 소리가 생소해 물어보니 정전 때문에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고 말해 준다. 한 업체와의 미팅을 끝내고 다음 업체로 이동하는 도중에 맞닿은 다른 사거리 신호등이 정전으로 꺼져 있어 말로만 듣던 교통체증을 경험했다.

사거리에서 신호등은 작동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 몇몇 때문에 시간은 더욱 지체 되었다. 블랙 아프리카 국가들 중 지역별 중심으로 뽑히는 동부의 탄자니아 그리고 서부의 나이지리아에서의 정전 경험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남아공에서의 정전경험이라니 솔직히 황당해서 그랬는지꺼져 있는 신호등과 길게 줄 서 있는 차 사진을 못 찍은게 아쉽다.

인프라 측면만 봐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는 마치 미국 또는 유럽의 소도시 느낌이 들 정도로 인프라 개발이 잘 되어 있는데, 이런 곳에서 지역은 매번 다르지만 평균 하루에 2번 정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그 배경이 궁금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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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n Mandela Square>

20141024_083716<Gauteng 행정구역 (요하네스버그)에서는 고속 전철을 이용할 수 있다.>

도대체 전기가 얼마나 모자라는데?

남아공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기관은 Escom Holdings Ltd (www.eskom.co.za)이다. 2014년 9월 Bloomberg의 기사에 따르면 남아공 전력 수요의 95%를 담당하는 Escom의 생산능력은 42gigawatts인데 실제로 생산량은 33.2 gigawatts라고 한다.

참고로 남아공 인구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5천 만명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전력생산 능력은 얼마나 되는가? 한국은 87gigawatts이고 이에 비해 북한은 7.2 gigawatts 밖에 안된다고 한다

수치상으로 비슷한 인구 수에 한국은 남아공에 비해 약 3배 정도의 전력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GDP 규모도 따져보면 한국은 ($ 1.41 Trillion이고 남아공은 $ 341 Trillion이다) 약 4배 차이인데…. GDP에 따라 전력생산규모도 따라간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GDP가 커질수록 인프라 투자도 커지고 전력수요도 커져가니 정비례하겠지만 신기하다.

재밌는 전력생산규모 수치 정보를 더 추가 하자면 사하라 사막이남 Sub-Sahara Africa 국가들의 전체 전력생산 규모는 남아공의 2배인 88gigawatts로 한국의 생산능력과 비슷하다. 아프리카 국가 중 경제 규모 1위인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 7천만 명인데 생산능력이 7gigawatts라고 한다. 이는 북한 생산능력과 비슷한 수준이다.(실제로 출장을 통해 방문한 나이지리아는 건물 곳곳마다 석유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어 상당히 시끄러운 소음을 경험하였다. 미국의 전력 생산능력은 1000gigwatts라고 한다. 참고로 미국 인구수는 3억 2천만 명이다.)

누구 잘못인데? 책임자 이리와~

2008년 남아공에서는 5일 연속 정전 사태가 일어나 광산 조업이 중단되는 등 국가 산업 전반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 했다고 한다. 백인정부 (Apartheid Era)때만 해도 세계적으로 평균 보유 잉여전력은 15%이었지만 당시 남아공은 사용하고도 남는 40% 잉여전력을 인근 국가에 공급하였던 전략 강국이었다.

도대체 무슨 문제때문에 2008년 부터 지속적으로 정전문제가 일어나는 것일까?

주요 요인은 크게 2가지로 하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꼴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의 만연한 부패 정치인들도 인한 자금 유출 및 공사 지연으로 보고 있다.

1994년 흑인인종차별정책 폐지 이후 흑인 정권 (African National Congress 여당)으로 교체 당시에는 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공익사업은 정책 중 우선사항이 아니었다고 한다. 인프라 투자 보다는 주택 보급, 교육, 보건 위생 분야 등 흑백간의 삶의 격차를 줄이는 ‘부의 분배’에 더 우선시 되었다.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이 전체 수요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2009년 경기 침체 이후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인 정권 당시 흑인 거주구역이었던 Soweto (소웨토) 시민이 사용한 3억 달러 이상의 전기요금이 미납되고 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10년 전 전기요금을 탕감해줬던 일로 인해 미납을 해도 처벌이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파트너업체의 직원들의 말로는 집권여당의 주요 표층이 Soweto 시민이기에 전기 미납 사태에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미납도 문제지만 ‘전기 도둑’도 문제다. 불법적으로 변압기에 wire를 연결해 전기를 도둑질 하고 재판매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아공은 감전사가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참고로 합법적인 전기 공급 없이 사는 인구가 전체의 15%이다.

선진국에서의 정치인들의 부패 문제도 종종 보지만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부정부패’이다. 부패 지수를 평가하는 Transparency International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남아공 국가 청렴도 순위는 67위이다. (1위는 덴마크이고 한국은 43위이며 남아공 바로 위에 위치한 보츠와나가 31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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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정권 때의 인종차별 정책도 문제였지만 만델라 대통령 이후 흑인정권이 들어오면서 만연해진 정치인들의 부패는 남아공 경제 발전에 크나큰 걸림돌이다. 현 대통령인 Jacob Zuma의 KZN 행정구역 소재의 Private house 보수에 약 $ 20 Mill (200억 원) 정부 지원금 부담 지출 했다는 스캔들은 현지에서 유명하다.

악순환의 고리

올해 2월에는 전력 보존을 위해 많은 식당들의 전기 공급이 강제로 끊겼다고 한다. 이제 남아공에서는 형광등 불빛이 아닌 촛불 빛 아래 식사하는 로맨스를 때때로 경험할 듯하다. 전력 생산 부족에 따른 정전으로 인한 내수 경제 시장 악영향은 당연한 결과이다. 주요 산업이 제조업과 광산업인 남아공에서 전기가 없으면 공장 가동을 할 수 없으니 낮은 경제 성장율 (올해 2% 전망)과 신용등급 하락은 울며 겨자 먹기인 꼴이다.

전력 생산 부족에 따른 전력 분배 및 정전으로 인한 남아공 사람들의 발전기, 재충전 라이트, 가스 버너 구매 현상도 어찌 보면 안쓰러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곧 임박한 정전 또는 전력 분배 스케줄을 알려주는 어플이라고 한다. 실제로 Appannie를 통해 알아보니 Top 50위 안에 21위 GridWatch와 36위 EscomSePush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Load Shedding(전력 분배)는 크게 4단계로 나눠지는데 Stage 1은 전국적으로 1000MW 전력 공급을 중단하며 4단계에는 4000MW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해결까지는 정부와 정치인들의 쇄신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단기간 안에 이 문제가 해결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남아공에 출장 가 있는 대학 동문인 양 군은 정전으로 호텔에 히터가 나오질 않아 고생을 했다는 톡을 보내왔다. 남은 일정 동안은 신호등 정전으로 미팅에 늦게 도착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